무심히 보면 애벌레는 그냥 잎 위를 기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 애벌레는 항상 실을 내뿜으면서 기어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애벌레는 항상 머리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누운 8자 모양으로 실을 뿜어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시킨 다음,
그 위에 발을 하나씩 걸어서 딛고 기어가는 거지요.
쉬고 있는 애벌레에게 강한 조명을 비춰 보면 그동안 가득 뿜어놓은 실이 거미줄처럼 빛납니다.

이렇게 실을 여러 겹으로 뿜고 그 사이에 8쌍의 발을 걸어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쉽니다.
잎 위에다 실을 뿜기 때문에 자기가 뿜을 실을 잎과 같이 갉아먹기도 합니다.
그래야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고 사람이 떼어가려고 해도 잘 안 떨어지겠지요.
실제로 저렇게 가만히 붙어 있는 애벌레를 손으로 잡아 떼려고 해보면 잘 안 떨어집니다.
애벌레를 조심히 잡고 밑에 있는 이파리를 움직여 떼어내면 지이이익 하면서 실뭉치도 함께 딸려 나옵니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위해 움직이기 전까진 거의 한 곳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5령 애벌레를 다른 채집통으로 옮기려고 잡아뜯(?)으니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휘오오오...
저게 그간 뿜어 놓은 실 보금자리입니다(...).

올해는 운 좋게 거꾸로 매달려 기어가는 애벌레를 찍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애벌레가 어떻게 여덟 쌍의 발들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지
눕힌 8자로 실을 뿜는지
영상으로 한 번 관찰해 보시길 바랍니다.
Tip) 영상 43초 쯤에 자유낙하 하는 똥(...)이 등장합니다.
이동 후 안착해서 5령 세 마리가 함께 먹이를 먹는 모습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