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공사를 하느라 학교가 뒤집어졌다. 2월 개학하기 전 하루 꼬박 두 명이서 교실 대청소를 했는데, 이번에도 월화수목 꼬박 학교에 가서 개학 준비를 했다. 공사를 좀 한꺼번에 하란 말이다. 나이스 작업도 산더미인데 공사 폭탄이 쓸고 간 교실까지 치우려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구석구석까지는 정리를 다 끝내지 못하고 개학날을 맞이했다.

 

 

 

아침시간

책상 배열을 미리 해놓고, 웰컴 쿠키와 색종이 조각을 학생 수대로 준비했다. 자리는 어차피 바뀌게 될 테니 자유롭게 앉아서 차분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라는 칠판 편지를 써 놓았다. 아이들이 집은 색종이 색이 모둠이다. 무작위의 신은 눈도 없고 귀도 없다. 그러므로 결과에 불만은 있으나 불만을 제기할 대상이 없다. 어렸을 때 학기 초 어떤 자리에 앉게 될지, 어떤 방식으로 앉게 될지 긴장을 바짝 하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방법이 긴장을 좀 낮춰 주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오히려 무슨 색을 집어들지 불안해서 도움이 안 되었을까?

 

 

1교시

첫 날 첫 시간 활동은 감정나누기다. 감정카드가 인쇄되어 있는 감정판에 자석으로 자기 감정을 표시한다. 자석을 하나씩 떼어가면서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어 본다. 마지막에는 내 감정도 이야기한다. 긴장했었지만 학생들이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설레이는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활동에 잘 참여해 줘서, 학교에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2교시

개학식과 입학식은 40분 정도 걸렸다. 마치고 나서 체육관에서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다독여 학급 사진과 개인 사진을 찍었다. 내년 1월 졸업 앨범을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게 될 사진들이다.

 

 

3교시

악어 협동화를 크레파스로 색칠했다. 활동 모습에서 성격과 관계가 뚝뚝 묻어난다.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관계를 파악한다. 완성된 악어를 테이프로 이어 붙인다. 서로 다른 개성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우리 반도 일 년 동안 모여보자고 뻔한 훈화를 해 본다.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4교시

못다한 정리를 학생들과 함께 했다. 교실 뒷편 서랍장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3년 만이다. 앞에 뭐가 있는지 학생들이 알아야 물건을 꺼내쓸 수 있는데 아무래도 목록표를 내가 하나하나 만들어서 갖다 붙이기는 귀찮다. 서랍칸을 하나씩 맡아서 열어 보고, 못 쓰는 엽서(단단한 종이)에다가 내 서랍칸에 뭐가 들었는지 설명을 해 달라고 하니 멋진 작품이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순식간에 끝났다. 사람 하나가 가진 노동력은 무섭다.

 

 

점심시간

사다리타기로 줄을 섰다. 매번 입력할 수는 없고, 어플이 필요하다.

 

 

5교시

정월대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다들 멍한 표정이다. 미안하다. 까마귀 떼가 온종일 난리길래 "사금갑"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때는 눈빛이 좀 살더라. 사회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힌트를 하나 얻었다.

 

 

6교시 

셀프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참고작품 성격이 있는 작년 반 학생들 것을 샘플로 보여주었다. 음... 보여주지 말 걸. 설명한 것과는 좀 다른 것이 나왔고, 의도를 파악한 학생은 20% 정도 되었다. 고맙다. 아마 샘플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반 정도 이상은 내 의도대로 만들었을 것 같았다. 올해 학생들은 또 다르다. 나도 다르다. 그래서 3월은 항상 3월이다.

 

 

 

오늘 선배 선생님께 딱 한 마디로 푸념을 했다.

"3월은 매번 3월이네요."

"맞아. 3월 되면 선생하기 싫다. 그러면서 내가 작년 2학기를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깨닫는 거지."

관록이 묻어나는 답변을 듣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혼자가 아니야.


저희 학교는 5학급 작은 학교입니다.

제가 복식을 맡고 있고 학력은 그럭저럭 평범(!)합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배추벌레 및 각종 곤충 따위(...)는 이미 익숙한 학생들이지만

이렇게 학교에서 찬찬히 관찰해 보는 것도 신기해하고 좋아해 주어서 재미있게 수업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용한 기록장 양식입니다. 모아찍기로 인쇄해서 소책자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장 가운데는 참고하라고 곤충도감 한 페이지도 복사해서 넣었지만... 

역시 글씨가 많으니 읽으란 소리를 안 하면 안 읽네요^_ㅠ


처음에는 오이를 그려놓고ㅠㅠㅠ... 다 그렸다며 들고 왔었지만

막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을 때쯤엔 그래도 좀 벌레 같이(?) 그려 오게 되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합니다.


 그림으로만 보면 정말 무섭다



인터넷과 아2스크림 동영상을 몇 개 캡쳐해서 참고용으로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A4에 인쇄해서 그대로 코팅했습니다.

사진으로 나온 건 6장이지만 다 하면 12장쯤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사육장 옆에 주욱 펼쳐 두니 관찰하면서 뒤적뒤적 해 보긴 합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 건 령수에 따른 몸길이 카드였습니다.

나머지는...ㅠㅠ... 그렇지요.


3학년을 맡게 되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수업이었는데 잘 끝마치게 되어서 뿌듯합니다.

다만 이거 하느라 밀린 진도는...ㅎㄷㄷ...

다른 선생님들께도 적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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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m 정도로 징그럽게 길었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면 어째 길이가 줄어들지요.

몸을 한껏 웅크려 몽실몽실(?)하게 압축(?)하고 있어서입니다.

어디까지나 비과학적인 설명입니다.

 안쓰러운 모습의 케일이 막내의 식성을 그대로 보여주네요.


성장이 두 박자 정도 느리던 막내입니다.

띠실은 전날 저녁에 일찌감치 완성됐는데...

다음날 한낮이 되어도 번데기가 될 생각은 않고 그냥 저렇게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죽었나보다 싶었는데,


두 시간 정도 뒤에 10마리 중 가장 우람한 사이즈의 번데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대기만성.


이건 다른 나비의 번데기 껍질입니다.

양 끝으로 늘어진 실을 보면 얼마나 공을 들여서 실을 뿜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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