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가 될 만큼 성장한 5령 애벌레는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고 몸 색깔이 맑아집니다.

그리고 애써 만들어둔 실 보금자리를 벗어나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세 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태어난 첫째와 둘째가 한날 한시에 몸이 맑아졌습니다.

진한 녹색인 케일 잎과 몸 색 차이가 거의 나지 않던 이전에 비하면 확실히 옥빛에 가깝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따로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아도 어련히 사육통 안쪽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orz...

수많은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애벌탑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_ㅠ...

탈출하면 다시 집어넣고, 탈출하면 다시 집어넣고를 반복한 끝에 결국 번데기 전용 채집통을 따로 만들어주게 됩니다.


이들의 대탈주를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두 자매/남매/형제를 함께 만나보시죠.

저는 이날 애벌레에게서 호수 괴물 네시를 보았습니다(...).

번데기가 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몸을 숨기기 쉽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천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몸을 뒤집어서 매달릴 곳을 찾아 수장룡처럼 난폭하게 머리를 휘두르는(...) 것이지요.

무심히 보면 애벌레는 그냥 잎 위를 기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 애벌레는 항상 실을 내뿜으면서 기어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애벌레는 항상 머리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누운 8자 모양으로 실을 뿜어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시킨 다음, 

그 위에 발을 하나씩 걸어서 딛고 기어가는 거지요.

쉬고 있는 애벌레에게 강한 조명을 비춰 보면 그동안 가득 뿜어놓은 실이 거미줄처럼 빛납니다.

이렇게 실을 여러 겹으로 뿜고 그 사이에 8쌍의 발을 걸어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쉽니다.

잎 위에다 실을 뿜기 때문에 자기가 뿜을 실을 잎과 같이 갉아먹기도 합니다.

그래야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고 사람이 떼어가려고 해도 잘 안 떨어지겠지요.

실제로 저렇게 가만히 붙어 있는 애벌레를 손으로 잡아 떼려고 해보면 잘 안 떨어집니다.

애벌레를 조심히 잡고 밑에 있는 이파리를 움직여 떼어내면 지이이익 하면서 실뭉치도 함께 딸려 나옵니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위해 움직이기 전까진 거의 한 곳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5령 애벌레를 다른 채집통으로 옮기려고 잡아뜯(?)으니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휘오오오...

저게 그간 뿜어 놓은 실 보금자리입니다(...).



올해는 운 좋게 거꾸로 매달려 기어가는 애벌레를 찍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애벌레가 어떻게 여덟 쌍의 발들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지

눕힌 8자로 실을 뿜는지 

영상으로 한 번 관찰해 보시길 바랍니다.

Tip) 영상 43초 쯤에 자유낙하 하는 똥(...)이 등장합니다.


이동 후 안착해서 5령 세 마리가 함께 먹이를 먹는 모습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당신은 5령 애벌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발은 모두 몇 쌍인지 대답해야만 합니다!


5령 애벌레가 되면 애벌레의 발이 크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에 

몸 구조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몸은 성충과 마찬가지로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입니다.

머리는 방금 보신 귀여운 눈이 달린 한 마디가 전부입니다.

뾰족한 가슴발 세 쌍이 달린 세 마디까지가 가슴이지요.

나머지는 모두 배(...)입니다. 배는 훌륭한 먹이 저장고지요. 통통.

배에는 빨판 모양의 배발 네 쌍이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똥꼬 밑으로 보이는 수줍은 꼬리발 한 쌍. 꼬리발은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똥꼬 쪽으로 은은하게 비치는 똥을 발견하셨다면 잘 보신 겁니다.

사람으로 치면 직장(直腸)쯤 와 있네요.

조금 있으면 나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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